2010/08/28 22:15
  미국 닭은 너무 크다. 뭐 고기뿐만 아니라 모든게 다 크지만. 유기농(?) 닭을 샀는데도 한국 영계 두세마리는 합친 크기이다. 삼계탕을 하기 위해 닭을 냉장고에서 꺼냈는데 이건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ㅠ-ㅠ 닭껍질도 너무 끔찍하고...어딜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선 싱크대에 던져놓고 손을 안대고 물로 씻었다. 뱃속 ㅠ-ㅠ 을 씻어야 찹쌀을 넣을 수가 있는데 이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도저히 손을 넣을 용기가 없어서 칼로 내장을 긁어내고 물로 휙휙 씻어낸 후 날개를 잡고 털었다. 아...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도마위로 올리는 것부터 더 큰 문제가 시작되었다. 다리나 날개를 잡기는 싫고(닭이 대롱대롱한 모습을 참을 수가 없어), 그렇다고 몸을 잡자니 자꾸 미끄러질 것 같고.... 결국 다리 양 쪽을 손가락 두개로;;;; 들어서 도마 위로 겨우 올리고 혹시 껍질을 벗기면 좀 덜 징그러울까 싶어 껍질을 벗겼다. 그런데 벗기고 나니 더 징그러웠다. 꼭 몇년 전 관람했던 '인체의 신비'전이 생각나면서 생전의 닭의 모습이 떠오르고... 마침 이든이 몸집과 비슷해서 더 끔찍하고 미안;;;했다.

  아...그런데 이제 찹쌀을 뱃속에 채우는 과정과 다리를 여미는 과정이 남은 것이다. 정말 첩첩산중이 따로 없었다. ㅠㅠㅠㅠㅠㅠ 불려놓은 찹쌀과 대추, 인삼을 수저로 떠서 겨우겨우 채웠다. 대충 수저로 누르면서 했는데 인간이 참 몹쓸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피부를 벗겨서 뱃속을 다른 것으로 채우고...만약에 입장을 바꾸어서 도마 위에 있는게  닭이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삼계탕 하면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구나. 통닭을 다듬는 일은 언제나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항상 다시는 통닭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니. 아무튼 이제 마지막으로 다리 여미기. 별짓을 해도 안되서 허벅지에 칼집을 내고 닭다리를 끼웠다. 에효-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삼계탕을 먹을 수 있었다. 문제는 막상 먹을 때가 되니 만들 때 고민스러웠던 '인간의 잔인성'따윈 제껴두었다는 것이다.

숟가락과 비교하면 크기가 감이 올 듯.. 다시 봐도 힘들군.



너무 커서 곰솥에 삼계탕을 끓였다.



   부위별로 잘라놓은 고기를 만지는 것과 통으로된 고기를 만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고기가 원래 동물의 모습에 가까울수록 내가 다른 생명을 먹고 있다는 진실이 확 느껴진다. 정육점 코너에 깔끔하게 부위별 포장되어 있는 닭고기를 보면 그 닭이 끔찍한 환경의 양계장에서 물건처럼 키워지고, 살아있었던 적이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스터매틱하게 도살되어 부분별로 해체된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그 고기들은 원래부터 고기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고기에도 예전엔 머리가 달려 있었고 두 다리가 있어 바닥을 디디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면 그 고기가 더 이상 '그냥 고기'로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고기의 맛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입맛과 고소한 냄새를 참을 수 없어 이런 생각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삼계탕을 먹을 때도 그랬듯이. 고기를 1-2주에 한번만 먹자고(밖에서 어쩔수없이 먹는 것은 빼고) 남편과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철분이 부족한지 빈혈이 오는 것 같다.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는데도 빈혈이 오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고기를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식단을 만드는 게 큰 숙제이다.

p.s. 이든이 이유식에는 고기를 넣어주고 있다. 책을 보니 아이들에게는 꼭 고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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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unny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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